[살림단상] 한국기술사회의 분노를 보며 대통령도 시험제도를 거쳐 청문회를 통과하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2014. 07.04(금) 10:30확대축소
[이우송(竟濟)/살림문화재단 다석채플사제, 칼럼니스트] 어려운 환경에서 배고픔을 이겨내고 인생역전을 꿈꾸던 서민들이 개천에서 용 나는 신화를 들으며 나도 언젠가는 저 대열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안고 살았다.
상고 출신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에 열광했던 심리적인 속내가 뭘까. 생각해 보면 계층이동이 개방적이고 활발한 역동적 사회였고 나름 공정한 기회균등의 사회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조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개천이 아닌 기득권 속에서 용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이를 각 분야에서 제도화 하려고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 2006년 폐지됐던 학경력인정제도를 건설기술진흥법령에 인정기술자제도를 재도입·시행하려하고 있다.
이는 기술사들의 입지가 축소됨은 물론 향후 기술사제도가 유명무실해 질수도 있는 사안이다.
'건설기술인력의 경력인정방법 및 절차인증개정안'에 대해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관피아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배해있다.


시험제도는 맨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평등한 제도이다.
한국기술사회 문행규 부회장은 기술사 시험의 응시자격은 모두 동일하며 종목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기술사 경력 심사는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하기 때문에, 전혀 까다롭지 않다.
그래서 "특히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보유한 전문기술인 육성제도를 말살하는 악법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설득력을 갖고 있다.


기술인력사회에서 기술사는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데 시험제도를 통한 개천의 용보다는 기득권층에서 용의 자리를 독식하겠다는 기만에 다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도 공사관리 담당 공무원도 자격증을 취득하면 특급 기술자만 될 수 없을 뿐 경력을 인정받아왔다 이런 경력 인정은 건설회사 소속 기술자에게도 똑같이 주어지고 있다.
기사시험에 합격한 경우 합격일 이후에는 대학원 경력, 군 경력도 관련분야에서 인정을 하고 있다. 이런 유리한 조건이라면 개방적인 기술사 시험에 응시해서 자격을 취득하면 될 일이다.


기술사제도 뿐만 아니라 전문직은 자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까이 접하는 의료계 법률계 회계세무계 등 자격을 요하는 전문직은 법대, 의대 약대 경영대 공과대등을 졸업하고 경력을 갖추어도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자격시험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사람에게 전문 직책이 주어지게 된다. 변호사 의사 약사 회계사 등에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랜 법무사경력을 첨부하거나 법조계근무경력을 첨부 혹은 법학박사학위서를 제출해 인증변호사제도를, 의료관련분야에 오랜 종사자자격을 가진 의학박사소지자에게 인증의사제도, 세무사자격과 회계경력이 충분한 학위소지자에게 인증회계사제도를 시행할 계획이 있는가.
수대를 이어 가업처럼 내려온 변호사, 의사, 약사, 회계사집안에서 충분한 업무능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수 과정과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가업이라도 대를 잇지 못하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결국 시험제도는 즉 기회균등의 원칙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편이라는 장점이 있다. 원칙을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최근에 국토부가 개정하려는 방식은 시험제도를 거치지 않고 학, 경력제도라는 특별전형을 통해 인증 특급기술자라는 지위로 건축시장에서도 알짜배기를 독식하려는 속내를 엿보인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건설기술인력의 경력인정방법 및 절차인증개정안’이 이렇게 바뀌면 도로나 철도, 발전소, 항만 등 건설현장에서 공사관리 업무를 해온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도 특급 기술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만 한 사람은 이를 관피아법이라고 우려해서 비판하는 것이다.


합법적인 시험제도를 거치지 않고 특급으로 인정받는 퇴직공무원들이 설계기술자, 품질관리기술자로 둔갑해 관피아가 되어 국민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우리는 세월호사건에서 관피아들의 폐해를 숱하게 봐오지 않았는가.
기술사 자격증이 없어도 공사감독 업무 경력이 많은 사람이 특급 기술자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폐기되어야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를 인식한 듯 국토부 관계자가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재직 경력만으로 자동으로 특급 기술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현장 기술자들의 경험과 능력을 중시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제도를 고친 것 이라는 입에서 뱀 나올법한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왜 하필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안정불감증과 공직사회의 부도덕성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건설기술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안정되지 못한 사회분위기에서 오는 불안감일 것이다.
국내 건설건축시장의 규모는 이미 상상을 넘어서 국민 안전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검증되지 않은 관피아식 밥통챙기기 보다는 국민 안전보호를 염두에 두고 대형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물론 완벽한 제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성보다는 시험성적위주로 판검사를 뽑고 의사자격을 부여해 폐해도 있지만 다행스럽게 대통령 단체장 국회의원을 전자의 방법으로 선택하지 않은 점도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같아서는 차라리 대통령도 시험제도를 거쳐 청문회를 통과하는 방안이 지금 보다는 발전적이지 않을까. 대통령직이 총리 장관보다 백 천배 중요한 직책이라면 차제에 이 방안을 제안해본다.


모든 제도는 빛과 그림자가 있고, 이미 채택된 제도라도 미비한 부분에 대해 더 나은 보완책을 강구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개천에서 올라온 용들의 자격을 무력화하고 대기업과 관피아들의 안정성을 대비하려는 제도가 아니라 기술인력들의 공정성, 개방성을 장점으로 하는 혜안이 발휘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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