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단상] 천정배로 대변되는 호남정치기반의 신당론, 로드맵이 보인다
2015. 05.02(토) 11:30확대축소
[4.29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에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며 천배 유세를 펼치고 있는 천정배 당시 후보]
[이우송 살림문화재단 이사장ㆍ다석채플 사제] [비로소 유권자들의 정치적동지로 다가선 천정배]


천정배 의원은 광주 서구'을' 4.29 보궐선거 때 풍금사거리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시민을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라며 천배 유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어 천정배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는 호남정치를 살릴 마지막 기회이다"라며 "광주정치와 야권에 회초리를 들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 당선된 천정배에게 광주 서구'을'의 유권자는 정치적 동지이다. 동지들 앞에서 자신이 한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사무실에 붙여 주문처럼 외워야할 대목으로 반드시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금껏 걸어온 4선의 의원직, 장관직, 고위당직을 거치면서 비쳐진 천정배의 이미지에 비교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보여준 겸허한 모습은 비로소 유권자들의 정치적동지로 다가선 것 같다.


사실상 문재인 대표 대 천정배 의원의 대결구도에서 야권분열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탈당. 2012년 총선 낙선 후 3년 만에 5선 의원으로 재입성한 천 의원은 야권재편과 호남신당을 예고하며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힌다.


이번 선거결과로 지금 호남정치가 살아나고 있다. 따라서 호남신당의 창당요청이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광주정신이 헤게모니를 쥐면 가능하다. 호남정치개혁에서 사회개혁으로 또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구하는 분명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성완종리스트 앞에, 새정연은 아직도 노무현정부인가.]


새누리당이 물증도 논리성도 없이 노무현 정부의 '성완종 사면'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툭 꺼낸 발언에, 불똥이 튈까 두려웠는지 문재인 대표는 당황한 듯 구차한 변명으로 논란을 키우면서 발목을 잡히게된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대응하면 될 일을, 범죄행위가 아니라는 어설픈 해명으로 의구심만 키워줬다. 결국 보수언론의 데스크와 여론몰이에 의해 '여당도 야당도 다 똑같다'는 틀이 만들어지는 순간 선거의 프레임은 바뀌고 말았다.


위기의 여당은 맞불로 소금을 한 바가지를 뿌렸을 뿐이다. 세칭 노빠로 불리는 친노중심의 새정연은 참여정부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마다 주군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 보호해야하는 처지에서 못 벗어났다. 고인이 된 노무현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스스로 물을 타기시작하면서, 양비론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스스로가 부어댄 물에 잠겨 허우적대다가 참패한 꼴이 아닌가.


박근혜 정권의 앞당겨진 레임덕과 4.29보선을 앞에 두고 터진 성완종리스트는 야당에게 선거의 호재임이 분명했다. 부도덕한 정치구조를 개혁하고 야당을 결집할 수 있는 호재요, 꽃놀이패 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는 물타기를 통해 결국 박근혜 정권의 레임덕을 막아주는 공로자가 된 셈이다.


[유권자가 선출한 이념의 완충지역인 진보당의 밑둥을 잘라낸 새정연]


관악'을',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 세곳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당선된 지역구였다. 지역구의 유권자가 선택한 정당의 해체에 동의한 새정연이 부메랑으로 얻어 맞은 경우이기도 하다. 새누리당만으로는 해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통진당의 영토를 회복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전략적인 연대로 선출한 진보당의 밑둥을 잘라 이념의 완충지대를 없앰으로서 여당에게 이념의 직격탄을 맞는 형국이 되고만 것이다.


근래에 문재인 의원은 야당대표로 선출되자 이승만, 박정희 묘역에 참배하더니, 그동안 침묵해오던 천안함 사건에 대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공격이라는 발언에 이어, 군부대를 방문해서는 '북한의 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후 도주했다'라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야당 대표의 발언임으로 마치 당의 공식 입장처럼 돼버렸다. '진실의 길' 대표 신상철을 비롯해 폭침을 0.001%도 못믿겠다는 도올 김용옥 교수의 주장에 수긍하는 상당수 국민들의 의혹만 증폭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진보성향 의원을 제외한 보수우파정당인 새정연은 새누리당의 2중대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여당발 종편과 공중파들로부터 번번이 종북의 딱지를 받아왔다. 130석을 가지고도 유약하고 야당으로 자리매김 당하고 있어, 유권자들은 아직도 새정연의 2중대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고 보면서, 냉엄한 심판을 내려 세 곳 모두를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는 후일에 받게 될 역사적인 심판도 예견할 수 있다.

[당선 확정 후 당선 소감을 인터뷰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새정연 정치개혁의 쌍끌이를 주장하던 호남 바닥민심의 향배가 궁금하다.]


'소가 밟아도 안 깨진다'는 전통야당의 텃밭인 성남 중원, 관악'을', 광주 서구에서 관악'을', 성남 중원 뿐 아니라 호남의 중심인 광주 서구'을'까지도 친노, 혹은 친문세력으로 공천을 한 결과다. 순천곡성 지역구를 이정현에게 내어주고서도 호남의 민심을 읽지 못한 친문세력의 패권주의와 무리한 당권장악이 불러온 참사로 지난 재보선에서 드러난 천정배, 정동영의 호남정치 재편의 시도는 일찌기 예견된 것이다.


문재인은 반민주 부패세력과의 전면전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지난 총선 때부터 호남권에 기대어 둥지를 틀면서도 당권과 대선주자는 비호남이 가져가야 한다는 호남배제론을 펼쳐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러한 새정연 지도부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호남의 민심이 번지면서, 무능한 문재인 대표를 심판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4.29보선에 정동영, 천청배 두 전 의원의 출마와 함께 언론매체에 얼굴을 드러나지 않던 동교동계측 박지원 의원의 암묵적인 지원을 기대했다. 야당인 새정연을 향한 정치개혁의 쌍끌이를 주장하던 호남의 바닥민심이 선거가 끝나면서 어떻게 변해있는지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하고도 다음 총선에서 평민당으로 70석의 지지를 얻어 정국을 주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87년 대선에서 3위로 패하고도 전열을 가다듬어 다음 해 총선에서 평민당으로 70석의 지지를 얻어냈고, 그 의석으로도 5.18진상조사청문회 등 대단한 결과를 얻어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대칭이 생명인데, 새정연은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어느 것 하나도 풀어내지 못한 거대야당이다. 지금 130석이 부족해서 여당과 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그토록 매달려 다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야당은 세월호사건 1년 동안을 끌려다니며 유가족이 수긍할만한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끝내 유가족들의 눈물을 못 씻고 수정안 폐기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성완종리스트 사건이라는 호재를 살리지도 못하고, 130+4석 전승을 한들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야당지지자 몇명이나 될까. 이 대목에서 천정배 의원이 '인재를 모아 뉴DJ세력 결집을 하겠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한 천정배 의원의 선거구호 중 미꾸라지를 살려낼 '메기론'은 빈사상태의 야당을 쇄신해 살려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천정배로 대변되는 호남정치기반 신당론의 로드맵은 가능한가.]


천정배 의원은 "광주와 전남, 전북의 의석수가 30석이다. 호남은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30곳의 지역구에 후보를 다 내서 시민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드리고 싶다"고까지 했다. 내년 총선에서 기존 새정연과 정면으로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천 의원의 구상은 호남기반의 정치결사체에 이어 창당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 "온건한 합리적·개방적인 개혁진보세력과 양심적인 여러 인사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 신인의 출현, 창조한국당 의원이었던 유원일 전 의원과 같은 개혁진보그룹 출신의 좋은 분들의 참여도 예상된다.


내친김에 자민련의 경우처럼 확실한 가능성이 점쳐지는 수도권의 일부에서도 후보를 낼 수 있으되, 야당이 혼선을 이루는 경우라면 실체를 인정하고 협의를 통한 공천연대도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직능과 지역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후보군에서도 양심적인 개혁진보세력 인물을 공천할 경우라면 지역과 이념의 코드에 따라 흩어진 디아스포라들의 결집효과도 예상 할 수 있다.
[본지 칼럼니스트ㆍ이우송 살림문화재단 이사장ㆍ다석채플 사제]



여기서 새정연은 호남지역당이라는 지역정당의 이미지를 불식할 뿐 아니라 호남배제론을 떨쳐낼 수 있다. 진정한 전국정당의 길을 선택해서 그간 야당이 뿌리내리지 못한 강원, 영남권과 충청권, 호남권, 경기권, 그리고 각 지역이 지역균등발전을 향한 개혁보수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에 관계없이 정치이념의 스펙트럼에 따라 혼재된 수도권과 지역 지역단위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지금과 같은 다당제에서 지극히 당연한 정치문화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 정치사에서 경험했듯이 정권교체를 위한 대명제가 필요할 때는, 독점적 지위가 아닌 연대를 통해 공동의 정권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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