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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품속처럼 따스한 고향, 언제나 내게 ‘마법’같은 존재”
2010. 01.02(토) 07:22확대축소
김재원 박사(본지 칼럼니스트)
김재원 칼럼 / [내고향 이야기]
지난 24일 짬이 나서 독천장엘 들렀다. 문득 옛날 5일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릴 적 5일장은 언제나 정겨웠었다. 하여 엄마 손을 잡고 장에 따라가는 걸 좋아했다. 재미 삼아 일부러 장에 가기도 했다. 그 장에는 언제나 재미난 얘깃거리가 있었다. 볼거리도 푸짐했었다.


그런데 독천장은 그 기대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설날을 열흘 남짓 앞둔 장인데도 불구하고 썰렁하기만 했다. 당초 옛날 5일장과 똑같은 분위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타까움이 컸다.


[어릴 적 5일장이 그리워]
그 옛날 5일장이 그리웠다. 그때 장터는 시장길을 따라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거렸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도 컸다. 리어카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도 흥겨웠다.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서 이리저리 길 비키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가축전도 활기에 찼었다. 닭집 아주머니의 닭 잡고, 오리 잡는 칼놀림은 정말 빨랐다. 흡사 ‘마술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농산물도 풍부했다. 영산강 하구 주위에 펼쳐진 들판에서 쌀을 비롯한 농산물이 많이 난 덕분이다. 우시장도 정말 컸었다.


어물전에도 생기가 넘쳤다. 하긴 독천장의 어물전은 이 일대의 자랑거리였다. 맛좋은 생선과 해산물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특산물이었다. 어물의 양은 물론 신선도도 으뜸이었다. 시장 길목을 걷다 보면 고무대야에서 나온 농게나 꽃게가 바닥을 기어 다녔다. 이 어물전은 시장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했었다. 영산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드넓은 개펄이 펼쳐진 덕분이었다. 해남만에 접해 있는 미암과 삼호 바닷가는 산낙지를 비롯 어물을 건져 올린 창고였다.


영산강 하구에 둑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그러나 삼호와 해남 화원, 산이를 잇는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 공사가 끝나면서 천혜의 갯벌은 간척지로 메워졌다. 생산성을 전부 잃어버린 것이다. 짱뚱어, 운저리, 숭어, 병어, 조기, 맛, 조개 등등. 다른 장에서 찾기 힘든 생선과 조개류들이 다 있었는데….


[갈낙탕은 여전히 ‘별미’]
그러나 시장통을 한바퀴 돌고나니 시장기가 발동했다. 낙지거리로 발걸음을 옮겨 갈낙탕을 시켰다. 간만에 맛보는 갈낙탕이었다. 한우와 낙지로 만든 갈낙탕은 여전히 별미였다. 잘 우려낸 쇠갈비 국물에 산낙지를 넣어 살짝 끓여내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맑고 개운한 맛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았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뱃속이 든든했다.


그러나 옛날 ‘미암 문수포 낙지’ 맛은 아니었다. 달보드레한 미암낙지를 나무젓가락에 칭칭 감아 먹던 그 옛날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낙지거리에서도 마음 한켠의 서운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향 생각하면 늘 힘이 불끈]
사실 도시생활을 하는 필자에게 고향이란 언제나 ‘마법’같은 존재다. 생각만 해도 어머니의 품속처럼 마음이 따스해진다. 하여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지만 고향 가는 길은 늘 설렘이다. 어릴 적 뛰놀면서 정들었던 들판을 둘러보고 그리운 친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있기에…. 고향을 생각하면 늘 힘이 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지에 살면서도 영암 벚꽃길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됐을 때 정말 기뻤었다. '달마지쌀'이 전국 최우수 브랜드 쌀에 선정될 때도 내 일처럼 흥분됐었다. 반가운 마음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큰 인물이신 왕인박사는 늘 존경과 자부심의 대상이었다. 장엄하게 솟아오른 국립공원 월출산의 위용도 자랑이었다.
지난해 분규 없이 선진 노사문화를 이끈 현대삼호중공업도 마음 한편에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대불국가산업단지의 분양 완료와 가동률 향상, 조선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도 고향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


앞으로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가 착실히 조성되고, 2010년 F1(포뮬러 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리면 우리의 고향은 눈에 띠게 달라질 것이다. 영암이 우리나라 서남권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대처로 돈 벌러 가기 위해 봇짐을 싸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던 우리의 형제·자매들도 한명씩 돌아올 것이다. 군민 모두가 자부심 갖고 살아도 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제 옛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일만 남았다. 이것은 옛날 왁자지껄하던 그 5일장을 활성화시키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박준영 도지사는 친환경농업과 3농(농업, 농촌, 농민)정책, 투자유치 못지않게 농촌의 공동체 문화 형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 삶의 터전인 고향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공동체문화 되살리기’ 운동]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서 이웃 어르신들과,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내 고향, 내가 살던 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 또 그런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고 싶다.


월출산 자락에는 도시지역의 은퇴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고 말하고 싶다. 물론 자연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는 걸 전제로 한다. 그렇게 했을 때 그동안 대처로 나갔던 향우들이 돌아오고 지역도 활기 넘칠 것이다.


친구들과 뒹굴면서 어린시절 꿈을 키우고 자랐던 나의 고향이 그렇게 되길 고대한다. 우리 모두의 정겨운 고향이기에…. 우리의 후손들이 푸른 꿈을 키우면서 살아갈 터전이기에….


[이 글은 당사와 제휴사인 '영암군민신문'에 2008년 1월 25일 게재된 기사 입니다]


* 필자 소개 : ·김재원 박사, □ 학 력 ·1957년생, ·영암군 삼호읍 산호리 동암마을 출생, ·삼호중앙초등학교 졸업, ·목포 문태중·고등학교 졸업, ·목포대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환경과학대학원 졸업(석사), ·조선대학교 대학원 졸업 (국토 및 도시계획박사) □ 경 력 ·대불대학교 건설공학부 교수(휴직), ·대불대학교 지역개발연구소 연구소장, ·전남도청 종합민원실장(전), ·박준영 전라남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현), □ 봉사활동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 강사(전), ·광주·전남 광역도시계획 자문위원(전), ·전라남도 도시계획 심의위원(전), ·2010여수세계박람회 전남집행위원(전), ·한국도시행정학회 중앙상임이사(전), ·한국도시행정학회 도시개발분과 위원장(전), ·대한 국토·도시계획학회 정회원(현), ·한국지역개발학회 정회원(현), ·한국청소년운동연합 전남지부장(현)



한국타임즈 hktime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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