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실천하는 지성,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타계
2010. 12.05(일) 15:15

[김수경 기자] '시대의 양심', '실천하는 지성'으로 불려온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5일 00시 40분께 향년 81세로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지병인 간경화로 타계했다. 리 교수는 지난달 12일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1929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합동통신사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뒤, 1995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할 때까지, 언론인이자 대학교수로서 냉전 반공주의를 비판하는 저술과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리 교수는 생전에 권력이나 권위에 굴하지 않고 평생을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후학양성에 바친 진보세력의 스승이자 언론학자였다. 70, 80년대 대학생 필독서였던 '전환시대의 논리'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회고록 '대화'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1974년 출간한 대표작 '전환시대의 논리'에서는 공산주의 국가로만 치부되던 중국의 혁명사를 역사적 사실과 논리에 따라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리 교수는 1929년 평안북도 삭주에서 태어나 경성공립공업고(현 서울공고)와 한국해양대를 졸업했다. 1957년부터 합동통신(연합뉴스의 전신)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글을 외국 언론에 기고하고, 1964년 UN의 남북한 동시 초청을 기사화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고초를 당했다. 1972년부터 1995년까지 한양대에서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각각 4년간 해직됐고, 1989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다시 구속되는 등 일생에 걸쳐 8년간 옥고를 치렀다.

군사 정권 시절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고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한 '전환시대의 논리'(1974) 등 그의 저술은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사상의 은사'라는 표현으로 한국사회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평하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윤영자씨와 아들 건일, 건석, 딸 미정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차렸다.

한국타임즈 김수경 기자 hktimes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수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