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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대중·노무현 뛰어넘겠다는 안희정, "대연정 해법도 제시해야"
2017. 02.19(일) 23:10확대축소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지금 정권교체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렇다. 맞다. 정권교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정권은 반드시 야권으로 교체돼야 한다.

우리사회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적인 헌법으로 6공화국 체제를 수립했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고,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정부가 정책을 실행하면 되는 줄 알았다. 민주주의 정부가 되면 뭐든 순리대로 될 것 같았으나 잘 안 됐다. 민주주의 다수결이라는 의사결정이면 상대방이 무조건 승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질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토론에 의한 승복의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이 갈리면 설득 대신 정쟁과 반대와 상대에 대한 감정적 비난이 난무했다. 실상 지난 30여 년 동안 6공화국 체제하에서 우리는 대화와 타협을 위한 합리적 토론을 얼마나 해 봤을까. 돌이켜보면 토론으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고 그 결과에 승복해 본 경험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렇게 30여년을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지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야합'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서 당시 여당과 합당해 대통령을 쟁취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 10년을 그나마 민주정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내오면서 민주주의는 다시 후퇴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다보니 정치권도 마찬가지지만 국민들도, 여야 간에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여전히 부족하다.

다음 정부는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여소야대다. 때문에 반대세력의 협력과 도움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담보할 수가 없다. 정권을 잡지 못한 나머지 세력과 대화와 타협이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가 실정을 했으니 전 정부여당을 무조건 척결 대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그렇게 전 정부의 실정을 명분으로 척결하려 든다면 나라는 또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야 어찌 나라를 통합으로 이끌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국정농단에 부역한 이들을 용서하고 사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이 저지른 죄는 반드시 엄중하게 묻고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다만,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또 다시 정치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전 정부가 실정을 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고 척결만이 능사라는 배타적 정치를 한다면, 그건 정치지도자로서 지녀야 할 덕목이 아니다. 정당 또한 마찬가지다.

안희정의 '대연정' 제안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광역단체에서의 '연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민들은 남 지사의 '연정'이 성공적인 것이라고 한다. 남 지사의 '연정'으로 극심한 정치적 대립이나 갈등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안희정은, 대연정 제안이 국정농단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비판에 "박근혜·최순실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다. 차기정부를 누가 이끌든 대한민국 헌법은 의회와의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연정 제안의 기본취지는 민주주의 정치-의회정치의 대화와 타협구조를 정상화시켜서 시대의 개혁과제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인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안희정은 대연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말했다. 따라서 안희정의 대연정 제안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차기 대선 이후 대통령과 의회와의 관계 때문이다. 더군다나 헌재에서 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정권인수위'조차도 꾸릴 겨를 없이 곧바로 차기정부가 시작된다.

2017년 2월 19일 기준 현행 국회 의석수는 더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8석, 바른정당 32석, 정의당 6석, 무소속 8석이다. 즉, 어느 대선후보가 승리한다 한들 의회의 협력 없이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이 연합해도 173석으로, 자유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하면 국회선진화법 기준선인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새 대통령이 의회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는 의회문턱을 넘는 것조차 불확실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만약 새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이 확산되면 새 정부 허니문은커녕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새 정부의 총리와 장관인준이 늦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박근혜정부 내각인 황교안 총리 이하 각 부처 장관과 상당 기간 거북하고 어색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안희정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한 국가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운영체제)을 정비하는 일이다. 정부가 좋은 OS를 제공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 참여와 자치의 원리, 공정과 투명성의 원리가 들어가야 한다."

"김대중·노무현이(신자유주의, 우클릭 등으로 변절했다고 하는데) 정말 변절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가진 진보의 개념이 낡아서 그런 것인지 묻고 싶다. 내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뛰어넘겠다는 건 이 낡은 지역주의와 낡은 진보-보수 정치 지형에서는 대한민국이 좋은 리더십을 형성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고, 그 지형 자체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지금껏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가 있었는가? 이데올로기로는 어떤 문제도 안 풀린다"면서 "1987년 6월항쟁 이래 한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30년을 시작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어야 한다"고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말한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자유한국당만을 제외한 연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자유한국당만을 제외한 연정을 성사키더라도 연정에 함께한 정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이상해질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해야 하는데, 연정에 참여한 이상 여당의 책임을 묻기가 매우 옹색해진다.

따라서 이 같은 또 다른 정치적 충돌과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소하고 풀어갈 것인지, 자신이 주장하는 '대연정'이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의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의제선점의 전략이 아니라면, 안희정 지사는 이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한국타임즈 양준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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