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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고려인의 세시풍속

추석과 한식은 전통명절, 설은 부활된 명절
2020. 10.27(화) 11:54확대축소
[(왼쪽부터)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시골 아낙네들(1958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선봉’ 꼴호즈), 추석을 맞아 조상의 묘소에 차례상을 차리고 술과 음식을 올리는 남 겐나지 제르진스키중학교 교장 선생(1995년 추석 카자흐스탄 우스또베), 추석을 맞이하여 강강수월래를 재현하는 알마티대학교 한국어과 학생들(1997년 추석 카자흐스탄 알마티). 사진=광주고려인마을 제공]
[광주고려인마을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김병학 관장]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구 소련(CIS) 12개 국가에 살던 고려인들은 우리처럼 이번 추석을 최대한 조용히, 아마도 일부는 '나홀로 추석'을 보냈을 것이다.

그들은 1년에 딱 두 번, 즉 추석날과 한식날에만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데 이 일도 이번 추석에는 내년 한식으로 미뤘을 것이다. 이처럼 고려인들은 추석을 비롯한 설과 한식, 그리고 때때로 오월 단오를 민속 명절로 기념한다.

그들이 쇠는 전통명절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설렘과 기대의 분위기로 채워지는 건 어디나 한가지다.

고려인의 전통명절은 소련 땅에서 커다란 굴곡을 겪었다. 1920~30년대 소련 전역을 휩쓴 사회주의적 계몽운동의 영향으로 전통명절들은 대부분 퇴출되었다가 30여 년 전 소련이 개방되면서 새롭게 부활되었다.

당시 서구의 근대사상과 러시아 혁명이념에 경도된 지식인들은 우리 고유의 명절과 세시풍속 등을 구시대의 미신으로 치부하고 이를 퇴치하는 데 앞장섰고 그 결과 여러 전통명절과 풍속이 이미 연해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한식은 이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고스란히, 추석은 형식과 내용 일부가 남아 지금까지 고려인을 대표하는 명절로 전승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기념일의 기능이 우리의 '한식'과 거의 유사한,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추석'과 유사한 러시아인의 전통명절인 '조상들의 날'이 소비에트 시대에도 폐지되지 않고 경건히 지켜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물론으로 철저히 무장한 당대 혁명가들도 러시아인 근로대중이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기리는 날' 만큼은 차마 건들지 못했던 것이다. 덕분에 소련의 주류민족인 러시아인에게 소중히 지켜지는 기념일과 똑같은 상징성을 갖는 우리의 한식날과 추석날도 이념의 비바람을 뚫고 함께 살아남았고 나아가 널리 장려되는 전통으로 발전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한식은 소련 고려인들에게서 원형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로, 추석은 성묘하고 차례 지내는 기능만 선택되어 소중히 지켜져 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더 열정적으로, 더 창조적으로 계승되었다.

고려인들은 추석날과 한식날이 오면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의 묘소를 찾는다. 그래서 추석날과 한식날 아침만 되면 시장에는 고려인들이 조상의 묘소에 올릴 삶은 닭고기, 증편, 지름구비(기름에 구워낸 찰떡), 편육, 각종 나물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공동묘지 입구에는 조화와 생화가 진열된 매대와 묘소를 찾는 고려인들의 자동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다만 한식과 추석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식에는 묘지를 개축하거나 봉분을 쌓는 등 어떤 형태의 분묘 수리도 할 수 있지만, 추석에는 묘소 청소와 차례 지내는 것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려인들이 명절을 쇠는 방식 중 우리와 매우 달라진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덕담을 나누는 풍습일 것이다. 이 풍습은 가족 간 유대를 중시하는 카프카스 민족들의 전통에서 소련 전역으로 퍼진 매우 세련되고 사교적인 소통방식으로, 한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연장자순으로 그날의 주인공이나 기념일의 주관자에게 지혜로운 덕담과 조언을 해주는 광경이 펼쳐진다.

고려인들은 이 카프카스식 덕담을 오래전에 체화하여 추석이나 한식 같은 명절은 물론 어떤 기념일에서든 주인공에게 정중하고 사려깊은 이야기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축하해 주는 전통을 확립했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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