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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고려인들의 성씨(姓氏)는 왜 그렇게 특이할까?
2020. 12.18(금) 06:54확대축소
[사진=광주고려인마을 제공]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관장 김병학] 뗀 니꼴라이, 우가이 알렉산드르, 니 베라, 노가이 나딸리야, 짜이 유라, 쪼이 빅또르…우리가 흔히 듣는 고려인들의 성과 이름이다.

고려인 3세 시인 리 스따니슬라브는 이런 현상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고려사람 이름이 없어졌다. 짧은 우리의 성만 남았다…"라고 노래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듣기에는 고려사람 성은 결코 짧지 않다. 우가이, 기가이, 짜이, 쪼이가 어떻게 짧은 성인가?

고려사람 성씨가 두만강을 건너면서 길어진 이유는 첫째, 발음과 표기체계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러시아어로 우리의 성씨를 표기할 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발음 왜곡 현상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말 구어체 표현법에 대한 연해주 호적등록부 관리들의 오해와 무지 때문이었다.

연해주로 이주한 우리 조상들은 거주 등록을 할 때 러시아 관리들이 성씨가 무어냐고 물으면 "허가, 마가, 지가…" 등으로 대답했는데 성씨 다음에 '가'를 붙여 대답하는 우리말관행을 모르는 러시아 관리들이 '가'를 그대로 성씨에 포함 시켜버려 지금의 '허가이, 마가이' 같은 성씨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 결과 받침 발음이 없는 대부분의 성씨는 '니가이, 뺘가이(배), 셰가이(서), 유가이, 제가이(조), 차가이'처럼 3음절의 성씨가 되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이와 같은 성씨들이 ‘가이’라는 꼬리표 없이 단독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 '채, 최'처럼 발음이 복모음으로 이루어진 성씨는 이에 대응하는 러시아어 복모음이 없는 탓에 '짜이, 쪼이'처럼 두 개의 단모음으로 풀어 쓰게 되었다. 다행히 러시아 관리들이 '김, 박, 신, 윤, 한'과 같이 받침 발음이 있는 성씨에는 '가'를 붙이지 않아 본래의 성씨 그대로 남게 되었다.

진짜 문제는 우리말 '받침 이응(ㅇ)'에 해당하는 러시아어 발음이 없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러시아어에서는 이를 '니은(ㄴ)' 발음으로 대용하는 데 그러다 보니 정씨와 전씨는 '뗀'씨가 되고, 송씨는 '손'씨가 되어버렸다.

이와 같은 성을 쓰는 사람이 만약 자기의 본관을 알고 있다면 본래의 성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찾을 방법은 영영 없어지고 만다. 또 변씨는 '뻰'으로, 여씨는 '예가이'로, 왕씨는 '반'으로 표기되는데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각각 편씨와 예씨와 반씨로 명기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인들은 자신들의 성씨 표기의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인식해왔다. 1990년대에는 몇몇 학자와 명망가들이 성씨 표기를 재정립하자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한 나라의 호적을 들추어내야 하는 일이므로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였다. 또 소련이 해체되어 한 나라의 공민이었던 고려인들이 각기 다른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게 된 까닭에 이제는 뜻을 모으는 일조차 요원해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만이라도 고려인들의 성씨를 올바로 찾아 표기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고려인들은 조상이 가르쳐준 본관을 기억함으로써 왜곡된 자기 성씨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려고 나름 노력해왔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 그들의 본래의 성과 이름을 정확히 찾아 불러주는 것이 도리일 듯하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여기서 '이름'은 '성(姓)'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이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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