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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범대 개교 90주년과 고려인들의 모국어 교육
2021. 04.21(수) 09:15확대축소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관장 김병학]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관장 김병학]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고려사범대학교'가 개교되었다. 이 사범대학교는 당대 명실상부한 고려인 최고의 학문기관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우리 민족 사범대학교였다.

아쉽게도 학교설립 6년 후에 자행된 고려인 강제 이주로 인해 이 대학교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단절되고 말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이룩해놓은 성과만으로도 고려인 역사에 길고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이 학교 어문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강제 이주 이후에도 모국어 문화의 횃불을 높이 들고 소련이 해체되던 1990년대까지 줄기차게 중앙아시아 초원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어느 한 지역에 대학교가 들어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그 지역이 하나의 도시를 이룰 정도의 인구를 보유하고 그에 걸맞는 경제력과 산업기반을 갖추고, 보편적인 교육제도가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작동하여 실제 현장에서 단계적인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지역 구성원들이 일정 수준의 시민의식과 문화적 소양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1931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 한민족 최초로 민족사범대학교가 설립된 것은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것이다. 신한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블라디보스토크 고려인사회는 당시 국내외를 통틀어 이와 같은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곳이었다. 당시 원동(극동)의 고려인 인구는 20만 명에 육박했고 380여 개의 고려인 학교, 17개의 크고 작은 모국어 신문, 다수의 소인예술단과 모국어 극장, 200여 개의 종람소(일종의 작은 도서관)가 있었다.

또 연해주·하바롭스크주 일대는 해외에서 유일하게 한글문단이 형성되어 작가들의 작품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고려인들의 문화 활동과 교육열은 1920~30년대 내내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고려사범대학교의 기반은 당연히 일반 고려인 학교였다. 그리고 이 학교들은 1909년에 처음 세워졌다. 이후 애국단체 권업회와 한민회가 후세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그들을 올바른 지식으로 교양하기 위해 1912년 신한촌에 한민학교를 건립함으로써 민족학교 교육이 본 궤도에 올랐다.

또 이와는 별개로 1917년 시월혁명에 성공한 러시아가 일반의무교육 시행을 선포함으로써 원동지역 고려인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었다. 각종 대학교 및 전문학교, 대학 예비과정으로서의 노동학원, 노동자를 위한 야간 학교 등이 곳곳에 생겨났고, 그동안 교육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가정의 부녀자들도 저녁에 문맹퇴치학교를 다녔다.

그 결과들이 모여 1924년부터 고려인들에게 널리 모국어 교육이 시행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고려인 문화의 양대 중심지인 우수리스크에 1924년 '고려사범전문학교'가 설립되었고, 같은 해 육성촌 농민청년학교에서는 가장 먼저 모국어 전면 교육이 실시되었다.

우리나라의 개신교와 천도교 계통의 학교들도 들어가 널리 번창했다. 이처럼 1920~30년대 연해주 일대는 모국어교육과 계몽운동이 활발히 일어나 연해주 고려인들의 의식에 잔존하던 구시대의 낡은 땅을 갈아엎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비옥한 옥토를 일구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우리민족 최초의 사범대학교가 설립되었고 고려인 학문이 도약할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었다.

애석하게도 6년 후에 강제 이주가 자행되어 이 학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에 심대한 타격이었고 너무나 가슴 아픈 손실이었다.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 sctm01@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혜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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