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11.30(토) 12:41 
[독자기고] 소통과 협력으로 통합복지 거버넌스 필요성
"무조건 준다고 복지가 아니다."
"시설별 서비스 대상자 정보 공유와 민간 부문은 지역복지 협의체 구성해 서비스가 중복되지 않아야"
| 2024. 11.26(화) 09:46 |   |
|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그 흔한 김치조차 없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깊은 시름하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예전에는 가족과 함께 몇 포기씩 김장했었다며 과거를 회상하시던 할머니의 두 눈에는 그때의 그리움도 함께 서려 있는 듯하였다.
집을 나서는 순간 냉장고를 열면서 이제는 오래되어 골마지(겉면에 생기는 곰팡이 같은 흰색 막)가 껴버린 가벼운 김치통을 보여주는 어르신의 뒷모습은 야속한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다른 한 분은 지난 겨울 간장과 물만으로 식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몸은 쇠약하고 늙어가니 이제 김치 한 조각 먹을 수 없는 현실에 어르신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겨울철 김치 한 포기는 어르신에게 그저 단순한 반찬이 아닌, 따뜻한 위로이자 삶의 희망이다.
그러나 인근에 사는 독거노인 김모(72) 씨는 최근 냉장고를 가득 채웠던 김치를 음식쓰레기로 내버렸다. 지난해 말 복지관, 기업, 단체 등이 김장하기 행사를 통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김치를 받았지만 안 받으면 내년에 안줄까 봐서 받았다고 많은 김치를 쉬어서 먹지 못하고 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복지서비스가 일부에 중복으로 지원되면서 저소득층 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출현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봉사자들에게 귀가 아프도록 듣고 김치 한 통이면 취약계층 어르신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소박한 밥상을 지켜드리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광양시도 많은 기관·단체에서 사랑의 김장 김치 담그기 행사로 관내 사회복지시설, 저소득 취약계층에 김치를 전달하는 훈훈한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장 김치 지원 대상자에 대한 관리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어떤 사람에게는 과분하도록 많은 김치가 몰리고,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전혀 혜택이 가지 않는다면 자원의 효과적인 배분 면에서 지역 사회의 건전한 공동체 의식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불거져 나오는 복지수혜자 선정 방식은 비단 김장 행사뿐만이 아니라 연탄, 쌀, 도시락 등의 기타 물품에도 그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어, 각각 열리는 김장 행사를 통합하고 김장 나누기 배부시스템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달체계 개선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필자는 통계자료가 없어 2023년 김장 김치 현황을 언론보도에 나온 기사로 대략 파악해 보니 기업·기관 사회단체는 사회복지시설에 집중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사회복지시설로 집중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배달의 어려움으로 시설로 모이는 것이다.
▶광양제철소 4천 포기 복지시설 900통 36개소와 취약계층 514가구 ▶SK E&S 광양 천연가스발전소 사회복지시설 87개소 910박스 ▶광양기업 어려운 이웃들에게 천2백 포기 ▶광양농협 광양읍·봉강면·옥룡면 115개소 경로당·장애인복지시설 ▶동광양농협 배추 700포기 250박스 사회복지시설 33곳 등 경로당·소외계층 지원하였다.
그리고, ▶여수광양항만공사 사회복지시설 13곳 ▶광양청매실농원 사회복지시설 100박스 ▶신광양라이온스클럽 관내 저소득, 취약계층 130박스 ▶OCI(주)광양공장 김장김치 100박스 태인동 저소득, 소외계층 ▶광양영 15개 사회단체 125통 경로당과 소외계층 ▶광양읍 49개 사회단체 657통 지역 취약계층 등 지역 봉사단체에서 읍면동 취약계층과 복지시설에 지원되었다.
사회복지시설(장애인, 아동, 노인, 다문화, 청소년 등) 많은 대상자가 시설을 이용하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 때문에 김장 김치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사회복지시설에 집중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광양시 36개 사회복지시설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곳은 23곳이고, 나머지 13곳 정도는 시설 이용자 개인에게 김장김치가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려고 할 게 아니라 기존 구축된 시스템을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프로그램을 보완해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시설별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정보 공유와 민간 부문은 지역복지 협의체를 구성해 서비스가 중복되지 않게 되어야 하며, 다양하고 복잡한 복지자원을 점진적으로 통합하여 관리·운영하는 복지 전달체계 개선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 chadol999@hanmail.net 한국타임즈 권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