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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함평우체국 등기 한 통이 묻는 국가의 책임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언제까지 농촌에 불편을 전가할 것인가?
2026. 01.11(일) 22:45확대축소
[김종근 아시아에이 호남취재본부장]
[김종근 아시아에이 호남취재본부장] 전남 함평우체국에서 반복되고 있는 등기우편 수령 불편은 더 이상 한 지역의 민원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은 정부와 우정사업본부가 농촌과 고령사회의 현실을 얼마나 불편하게 다뤄왔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다. 등기우편 한 통이 국가 공공서비스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함평우체국의 등기우편 배달 방식은 규정대로 작동한다. 배달원이 주소지를 방문해 수취인이 없으면 전화 연락을 시도하고, 전달되지 않으면 우편물을 회수해 우체국에 보관한다.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면 발송지로 반송된다. 절차만 놓고 보면 하자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식이 '규정상 적법'할 뿐, 농촌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함평을 비롯한 농촌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대다수 주민은 70~80대 노인들이며, 낮 시간대 집을 비우는 일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다. 병원 진료나 마을 회관 모임, 생필품 구매조차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이웃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 시간과 귀가 시간 역시 일정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등기우편을 즉시 받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불편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에 가깝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일반 등기우편 한 통을 받기 위해 다시 함평우체국을 찾아야 하고, 마을버스나 이웃 차량에 의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도보 이동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편물 수령 창구가 지금도 2층에 고정돼 있다는 구조적 방치다. 무릎과 허리가 성하지 않은 고령 주민들이 수십 년째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우편물을 찾아야 하는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이는 국가 공공서비스의 명백한 실패이자, 안전 문제를 외면한 행정 태만이다.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은 늘 같다. "분실 우려 때문이다", "등기우편은 본인 직접 전달이 원칙이다", "과거 소송 사례가 있었다" 극히 예외적인 위험을 이유로 다수의 고령 국민에게 구조적인 불편을 감내하게 하는 논리다.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사고방식을 국가 행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두 차례 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편함 투입이 가능한 '선택 등기'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안내되지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도 않는다. 제도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도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불편은 개인의 몫으로 남고, 행정은 "규정상 문제없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면책한다.

정부는 그동안 '주권자 중심 행정', '약자 배려 행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우편 행정의 현장은 여전히 도시 중심, 사무실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다. 농촌과 고령사회는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표준이다. 그럼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우편 행정은 분명 시대에 뒤처져 있다.

이제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선택해야 한다. 불편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형식적 원칙을 계속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농촌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인지다.

농촌·고령자 지역에 한해 전화 확인 후 수취인의 의견에 따라 우편함 투입을 허용하고, 마을 단위 공동·대리 수령 제도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며, 우체국 우편물 수령 창구를 1층으로 이전하거나 대체 창구를 마련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기술도 예산도 아닌, 행정의 의지다.

등기 한 통을 받기 위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우체국 계단을 오르는 현실은 행정의 성과가 아니라 실패다. 함평우체국의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농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을 구조적 문제다. 공공서비스는 가장 안전한 규정을 지키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불편한 국민의 삶을 기준으로 개선할 때, 비로소 국가는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타임즈 편집국 hktime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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