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운산 '독립' 외친 시민들, 재임대 길 열어주는 광양시정
서울대 무상사용 종료 넉 달 앞으로…시민은 '독립' 외치는데 광양시는 TF·로드맵·재임대 입장 없이 '상생'만 반복
| 2026. 08.20(목) 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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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의 백운산 무상사용 종료일은 2026년 12월 31일이다. 남은 시간은 넉 달 남짓이다. 광양시민사회는 이 시점을 백운산의 공공관리 체계를 새로 설계할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 재임대 반대, 국가 책임 관리체계 구축, 국립공원 지정 추진이 시민사회의 핵심 요구다.
그런데 박성현 광양시장의 행보는 이 절박한 전환점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 7월 29일 서울대 남부학술림 관계자들을 만나 산림·생태·교육·연구 분야의 '상생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광양시는 남부학술림의 연구·교육 역량을 지역 산림교육과 생태·치유 사업에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간담회가 열릴 당시 이미 서울대 무상사용 종료까지 불과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민사회가 묻는 것은 산림교육 프로그램 몇 건을 더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다. 80년간 이어진 서울대 중심 관리체계가 끝나는 날 이후, 백운산을 누가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가다.
박 시장은 이 핵심 질문에 답해야 한다.
◆ '상생협력'은 답이 아니다.
광양시가 서울대와 협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수행해 온 산림과학 연구, 학생 실습, 생태 보전, 전문교육의 기능은 존중받아야 한다. 백운산의 생태적 가치를 조사하고 보전하는 데 서울대의 연구 역량이 기여해 온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연구 협력의 필요성과 서울대의 무상사용 연장 문제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서울대의 연구·교육 기능은 백운산의 공공관리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관리권을 맡고, 서울대가 연구기관으로 참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더라도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조사, 생태연구,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가능하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서울대 측과 만난 자리에서 백운산 무상사용 종료 이후의 관리권, 재임대 가능성, 국립공원 지정, 시민 참여형 협의체 등 민감하지만 본질적인 쟁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광양시가 공개한 간담회 내용 역시 '상생협력'과 '지역 연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임대 종료를 앞두고 서울대와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는 시정 메시지가, 결과적으로는 서울대 중심 관리체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처럼 읽힐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백운산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설계해야 할 시장이, 정작 시민사회가 문제 삼는 상대 기관과의 협력만 먼저 부각한다면 '누구를 위한 협력인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 시민 요구는 구체적인데 시정은 모호하다.
시민사회는 이미 요구사항을 명확히 제시했다. 지난 15일 백운산 정상에서 열린 '8·15 광양 백운산 독립선언대회'에서 추진준비위원회와 시민들은 서울대 재임대 및 재사용을 허용하지 말고, 국가 책임의 공공관리 체계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광양시에는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전담 TF 구성, 국립공원 지정 절차와 향후 공공관리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는 막연한 구호가 아니다. 시민사회는 이미 다음 단계까지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11일 광양시청 대강당에서 백운산 공공관리 전환과 국립공원 지정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시민행사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행정이 움직이지 않자 시민들이 스스로 공론장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 반면 광양시는 무엇을 내놓았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시장의 공식 입장, 전담 TF, 중앙정부 협의 로드맵, 주민 의견수렴 계획, 서울대 사용 종료 이후 관리 대안은 공개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박 시장이 서울대와 간담회를 하면서도 무상사용 종료라는 현안의 본질을 공식 의제로 전면에 올렸다는 근거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
'검토하겠다'는 말은 행정의 결단이 아니다. 특히 종료 시점이 정해진 사안에서 검토만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끌기다. 그리고 백운산 문제에서 시간 끌기는 중립이 아니다. 아무 준비 없이 12월 31일을 맞는 순간, 광양시는 중앙정부나 서울대가 제시하는 관리 방안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 2010년 시민이 지킨 산, 2026년 시정은 무엇을 했나.
백운산은 하루아침에 불거진 현안이 아니다. 2010년 서울대 법인화 논의 과정에서 백운산 학술림의 무상양여 문제가 불거지자 광양 시민사회는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후 광양시와 구례군은 2014년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했고, 기획재정부는 2019년 서울대의 추가 무상양도 요구에 불가 방침을 밝혔다.
즉, 백운산 문제는 최소 16년간 지역사회가 끌고 온 숙제다. 서울대 무상사용 종료일도 갑자기 생긴 변수가 아니다. 2026년 말이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광양시가 몰랐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박성현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서울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수준의 외교적 언어가 아니다.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 온 문제의식과 백운산의 공공성을 시정의 공식 의제로 격상하는 일이다.
백운산은 서울대와 광양시가 양자 협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순 협력사업이 아니다. 광양·구례 일원에 걸친 광범위한 국유 산림이며, 호남정맥 생태축의 핵심 공간이다. 고로쇠 수액 채취, 산나물 이용 등 지역주민의 생업 및 산림 이용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주민들은 현행 관리체계가 사용허가 절차 등을 통해 생활·생업 활동에 불편을 초래해 왔다고 주장한다.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서울대와의 관계 관리가 아니라 시민·주민·중앙정부·서울대·전문가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공적 리더십이다.
◆ 박 시장은 세 가지부터 답해야 한다.
박성현 시장은 더 이상 모호한 표현 뒤에 숨을 수 없다. 백운산의 미래에 대해 최소한 다음 세 가지에 공개적으로 답해야 한다.
1. 서울대 재임대-무상사용 종료 뒤 서울대의 재임대·재사용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지, 조건부 협력을 검토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1. 국립공원 지정- 광양시가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시정 과제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환경부 건의와 타당성 조사에 나설 것인지 답해야 한다.
1. 전담 대응체계- 시장 또는 부시장 직속 백운산 대응 TF를 언제 구성하고, 어떤 부서·전문가·주민 대표를 참여시킬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광양시는 즉시 정부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는 국유재산 사용 종료 이후의 관리 방향을, 환경부에는 국립공원 지정 가능성과 절차를, 산림청에는 보전·이용·산림복지 기능을 결합한 공공관리 모델을 물어야 한다. 서울대에는 연구·교육 기능을 공공관리 체계 안에서 어떻게 유지할지 협의해야 한다.
이 과정은 비공개 간담회 몇 차례로 끝낼 일이 아니다. 주민, 산림 관련 종사자, 시민사회, 전문가, 구례군과 전남도까지 참여하는 공개 협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침묵의 대가는 광양시민에게 돌아간다.
백운산은 특정 기관의 연구공간만이 아니다. 광양시민의 생활권이자 생태적 자산이고, 지역 관광과 산림복지, 환경보전, 미래세대의 공공자산이 걸린 공간이다.
서울대의 연구 기능을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존중이 곧 무상사용 연장이나 서울대 중심 관리체계의 묵인이어서는 안 된다. 연구기관은 참여자가 될 수 있지만, 백운산의 미래를 좌우하는 유일한 관리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요구다.
박성현 시장은 지난달 서울대 남부학술림을 찾아 오랜 협력 기반과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이 시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거의 협력관계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올해 말 이후 백운산을 누구의 산으로, 어떤 원칙 아래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다.
전담 TF도, 국립공원 지정 로드맵도, 재임대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없는 상태에서 상생만 말한다면 그것은 행정이 아니라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백운산의 사용 종료일은 다가오고 있다. 시민은 이미 정상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이제 광양시장이 해야 할 일은 서울대와의 상생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백운산을 시민과 국가의 공공자산으로 되돌릴 실행계획을 내놓는 일이다.
한국타임즈 김민재 기자 juntotal2018@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민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gisa_ttl="%5B%EA%B8%B0%EC%9E%90%EC%88%98%EC%B2%A9%5D+%EB%B0%B1%EC%9A%B4%EC%82%B0+%27%EB%8F%85%EB%A6%BD%27+%EC%99%B8%EC%B9%9C+%EC%8B%9C%EB%AF%BC%EB%93%A4%2C+%EC%9E%AC%EC%9E%84%EB%8C%80+%EA%B8%B8+%EC%97%B4%EC%96%B4%EC%A3%BC%EB%8A%94+%EA%B4%91%EC%96%91%EC%8B%9C%EC%A0%95"; ?>


Update 10.8(목)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