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기자수첩]쌀 농사 풍년, 그 안타까움과 대책
2009. 10.17(토) 21:34

김재철 기자 / 요즈음 들판에서는 황금물결의 벼 수확이 한창이다. 농민들의 일손과 수확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풍년의 기쁨보다는 값을 얼마나 받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지 걱정들이 더 큰 것 같다.

올해 벼농사는 결실기의 적당한 날씨와 농민들의 땀의 결실로 전국적으로 평년작을 넘는 468만 톤 정도가 예상 된다고 한다. 그러나 수확기 시세가 지난해보다 약 10% 가까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잘 익은 벼가 수확되지 못하고 논바닥에 갈아엎어지는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한 쌀을 불 지르기도 했다. 또 농협 RPC 정문을 트랙터 등으로 막아 산물벼 수매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에게 “아무리 쌀이 남아돌아도 저렇게 갈아 엎는 걸 보니 농민들이 배가 덜 고픈 모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농민 입장에서 보면 할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경제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해도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그동안 나라 경제가 좋아져도 농가 경제는 좀처럼 개선될 줄 모른다. 농가의 농자재 구입과 농산물 판매지수로 나타나는 교역 조건은 계속 악화 되고 있다. 그 결과 농가 살림은 점점 어려워져 빚만 늘어났다. 농민이 어려움을 말하고 시위하기 전에는 이해해 주는 사람도 적다.

국감에서도 지금까지 산지 쌀값에 대해서 말하는 의원도 몇 명에 불과하다. 또 내년도 정부 예산안도 전체적으로 2.5% 증액되는 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 예산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2.1%만 증액되었다. 추경예산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줄어 농민들이 홀대받는다는 느낌이다. 공무원들의 연금 적자 보전을 위해서는 예산을 21%나 올린다는 데 대해 할 말을 잃는다.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농민 입장에서는 생존권을 위한 시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한편, 쌀 직불금 제도는 수확기에 떨어진 가격의 85% 까지는 고정, 변동 직불금 명목으로 보전해준다. 농민 주장대로 수확기 산지 쌀값이 올라가면 정부가 지급하는 변동 직불금이 줄어든다. 반면에 농협이나 RPC는 매입가격 부담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농협이나 RPC의 경영적자 요인이 된다. 올해 대부분의 농협 RPC가 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지난해 풍작에도 불구하고 수요 공급 외적 요인으로 수확기 가격이 높게 형성된 이유 때문이다.

필자는 수확기 농민 시위 예방과 RPC의 건전 경영을 위해서는 정부와 농민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정부가 풍작으로 인한 농민의 가격 하락에 대한 염려를 없애는 것이다. 며칠 전에야 정부는 올해 평년작 보다 더 생산된 양을 모두 사들여 격리시킨다고 했다. 이러한 조치가 농민이 요구하기 전에 제도화 되어야 한다. 매년 농민 시위 후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흉ㆍ풍에 따른 대책이 제도화 되고 농민들이 이해한다면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다음으로는 농민도 수확기 가격 높이기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직불금 제도를 통해서 가격 하락 분을 보전 받고 농협의 자기 지분을 보전해야 한다. 수확기 가격을 높게 받지만 농협 적자로 인한 배당과 자기 지분이 감소되면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나 농협의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직불금으로 보전되는 비율을 상향시키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인 안목에서 적정 수급이 가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쌀 관세화 시행, 콩과 같은 대체 작목의 재배 지원, 쌀 가공 제품에 대한 지원 확대, 지속적인 밥 먹기 운동전개, 북한 등에 인도주의 입장의 쌀 공급 등을 검토하여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된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과 이해 관계자 간에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조정을 통한 대책으로 날로 어려워지는 농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농민의 한숨소리를 줄이는 농정을 기대한다.

한국타임즈 김재철 기자 jcknacf@hanmail.net 한국타임즈 김재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