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기자수첩] 진중권의 독설과 민주당의 대선평가보고서
2013. 04.17(수) 15:31

[한국타임즈 김호성 대표이사/발행인]
[한국타임즈 김호성 대표이사/발행인, 담양신문 고문]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나온 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진 교수는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선평가 결과를 놓고 벌이는 짓거리들을 보고 판단하건데, 문재인 한 사람만 빼고, 민주당은 그냥 쓰레기더미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분들이 뭐가 문제인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어 "도대체 뭘 잘 했다고 자기들이 누구한테 책임을 묻는지...하는 짓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라며 "민주당을 해체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 아예 민주당을 접수하든지...해법은 둘 중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또 "대선 패배의 원인은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에 있다."며 "그나마 문재인 후보에 안철수의 도움이 있었으니 48%라도 얻었지, 민주당 후보로 그 어떤 놈을 내세웠어도 30% 못 넘겼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주제파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또 "진실은...아무리 훌륭한 후보를 내도 그의 이마에 '민주당' 후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한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 비판하려면 옵션으로 안철수 얘기를 꼭 끼워 넣어야 하나? 그건 또 무슨 논리인가? 바로 그 따위 사고방식이 민주당의 고질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진 교수의 강한 어투는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막말에 가까운 쓴소리의 이면에 담겨진 민주당과 야권에 대한 그의 애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속이 시원하다", "민주당이 미쳤다", "민주당은 없어져야할 당", "요즘 조용해서 맛이 갔다고 생각했는데 중권이 살아있네" 등등 진 교수의 의견에 대해 응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는 지난 해 대선에서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의 미흡,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등을 전술 및 전략적 측면에서의 패인으로 지목하는 평가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 덧붙여 문재인 후보의 유약한 결단력, 계파 간 패권주의 등의 이유 때문에 패했다는 취지의 평가와 또 한명숙·이해찬·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등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그들의 책임론도 함께 내놨다.

이번 민주당 대선평가위의 평가보고서는 대선이 끝난 지 4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다. 이 처럼 늦어진 대선평가보고서는 결과적으로 4·24 재·보선이나 5·4 전당대회 일정 등과 맞물리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명 평가서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일정 부분 발전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명으로 거론된 당사자들 중에는 억울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대선 패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니 탓'으로만 돌려온 민주당의 현실에서 이제라도 '내 탓'이라는 진정으로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평가서 내용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실명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이나 또는 민주당 조직 구성원들이 이 평가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위기 및 멘붕 상태에 빠진 민주당 조직 구성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에 신뢰와 희망을 주고 상처를 치유해, 다시 손잡고 나아가게 할 수 있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 대선평가서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게 해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아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똑같은 실수를 앞으로 되풀이하지 말자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번 평가서는 당내 각 계파 간의 싸움을 부추기는 핑계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지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 민주당의 위기는 대선 패배 그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안이한 패인 분석과 패배의 원인마저 제대로 알아 내지 못하는 불감증이 진짜 원인일 수 있다. 많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민주당이 자신들 외에 다른 대안이 있겠느냐는 착각에 빠져 있고, 또 계파 간 서로 삿대질이나 하는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차제에 민주당의 뼈를 깎는 각성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국타임즈 편집국 hktime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