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임즈

[독자기고] 국악을 통해 '함느즐라' 만들고 싶어

구례소리는 지리산의 굴곡처럼 선이 굵어 힘이 있어
2016. 03.18(금) 22:41

[김경숙 국악인]
[김경숙 국악인] 요즘 유행하는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 가락을 접하면서 흥이 나곤 한다. 심금을 울리는 국악적 요소가 잘 어우러져 이런 노래가 나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 본다.

나는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경기·서울 지역에 살다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구례로 내려왔다. 딸 셋, 아들 하나를 낳고 살다보니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젠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보다 더 토박이 같은 구례사람이 돼버렸다.

구례에 내려 온 첫 해, 전통소리와 가락을 가르쳐 준다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현재 구례를 대표하는 국악원을 운영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자리에 당당이 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 가락과 흥이 주는 즐거움이 바탕이 됐다.

20년을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치며 우리 소리와 가락 속에 살다보니 옛 선조들이 남겨준 문화유산의 소중함도 알게 됐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큰 영광을 누리며 사는 지도 깨닫게 됐다.

지금은 어린아이부터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전통가락을 익히게 하고 놀이로 함께하는 것이 오로지 나의 삶의 전부가 됐다. 또한 이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더욱 성장시킨다. 전통 음악을 하는 한 사람으로 우리고장 가락을 널리 알리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나의 숙명이라 여기며 늘 공부하고 연구한다.

개인적으로 지리산의 비경을 노래했던 '지리산가'를 복원해 보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국악을 통한 삶의 소소한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힘을 기울여 우리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가르치는 이의 사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례군민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구례지역의 가락과 소리를 누구나 흥얼거릴 줄 알고 공연의 주인이, 혹은 관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례소리는 지리산의 굴곡처럼 선이 굵어 소리나 춤가락에 힘이 있고, 역동적이다. 좌도풍물놀이나 동편제가 구례소리로서 산간지방의 지형적인 특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평야지방의 지형적인 특성인 호남우도풍물놀이나 서편제의 소리처럼 부드럽고 화려함과는 대조적이다. 산간과 평야지방 간의 특성이 지역 문화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어 놀랍다.

구례지역에는 호남좌도풍물놀이와 동편제소리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2011년 10월에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11-바(6)호로 지정받은 잔수농악 역시 좌도풍물놀이에 속한다.

지형적인 특성을 살려 발달해온 구례의 좌도풍물놀이를 살펴보면, 편안한 속도로 시작해 점점 빨라져 아주 신명을 다해 가락을 이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가락의 선이 굵고 동작이 빨라 활동적이며, 놀이패로 가락을 연주하다 보면 단체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산수유 꽃이 피는 꽃담 길 언저리에서 국악으로 신명나게 한 번 놀아 볼 참이다. 우리가락으로 즐기고, 나누고, 듣는 이에게 봄의 전령으로 찾아가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

구례군민들 모두가 국악으로 하나가 되고 전통문화 유산을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삶의 방식에 국악으로 '함느즐라'(함께 느끼고 즐기며 나누자) 세상을 만들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한국타임즈 구례 양준식 기자 junesic10@hanmail.net 한국타임즈 구례 양준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